[엄원태] 강아지들/엄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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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들/엄원태
젖 뗄 때가 된 동네 강아지 셋
아침 산책 때면 먼저 알아보고 우르르 달려온다
와서는 제 몸에 묻은 먼지들을 떨어낸다
털에 달라붙은 늦봄 햇살까지 마구 털어놓는다
저희들끼리 밟고 깨물고 짓까불면서도
지척에서 알짱거릴 뿐, 쉽사리 손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막내인 듯한 검둥이 암놈만
배를 드러내고 누워 다리를 달달 떨어 댄다
개들에게선 어쩔 수 없이, 개 냄새가 난다
개들로선 어쩔 수 없는 것
저희들끼리 짓까불던 장난마저 심심해지자
네발로 우뚝 서서 무심한 듯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각각의 슬픔으로 여문 검은 눈망울을
서로가 처음인 듯 가만히 들여다보곤 하는 때가 있다
- 엄원태,『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 2013)
젖 뗄 때가 된 동네 강아지 셋
아침 산책 때면 먼저 알아보고 우르르 달려온다
와서는 제 몸에 묻은 먼지들을 떨어낸다
털에 달라붙은 늦봄 햇살까지 마구 털어놓는다
저희들끼리 밟고 깨물고 짓까불면서도
지척에서 알짱거릴 뿐, 쉽사리 손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막내인 듯한 검둥이 암놈만
배를 드러내고 누워 다리를 달달 떨어 댄다
개들에게선 어쩔 수 없이, 개 냄새가 난다
개들로선 어쩔 수 없는 것
저희들끼리 짓까불던 장난마저 심심해지자
네발로 우뚝 서서 무심한 듯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각각의 슬픔으로 여문 검은 눈망울을
서로가 처음인 듯 가만히 들여다보곤 하는 때가 있다
- 엄원태,『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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