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1967년 가을/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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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가을/이시영
제기3동 정릉천변에 첫 하숙을 잡은 것이 67년 겨울이었다. 하숙비가 한달에 칠천원인가 팔천원이었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천변에 나가면 건너편 성동역 뒤, 김지하의 시 「비어」에 나오는 안도(安道)가 마지막으로 숨어들었을 것 같은 마을, 판자촌 쪽방들의 불빛이 자욱했다. 그리고 그 돼지우리 같은 골목에 싸락눈처럼 흩어져 나어린 누이들이 몸을 팔았다. 구례구역이나 순천역, 금지역이나 주생역에서 갓 올라온 듯한 얼굴들이.
- 이시영, 『은빛 호각』(창비, 2003)
제기3동 정릉천변에 첫 하숙을 잡은 것이 67년 겨울이었다. 하숙비가 한달에 칠천원인가 팔천원이었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천변에 나가면 건너편 성동역 뒤, 김지하의 시 「비어」에 나오는 안도(安道)가 마지막으로 숨어들었을 것 같은 마을, 판자촌 쪽방들의 불빛이 자욱했다. 그리고 그 돼지우리 같은 골목에 싸락눈처럼 흩어져 나어린 누이들이 몸을 팔았다. 구례구역이나 순천역, 금지역이나 주생역에서 갓 올라온 듯한 얼굴들이.
- 이시영, 『은빛 호각』(창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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