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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애월 지나며/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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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08 08:31: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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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涯月) 지나며/이시영

 애월, 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선량한 키에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을 것 같은 서늘한 눈매, "이 군, 그렇게 쓰면 안된데이" 하시며 염소처럼 앞에서 또각또각 걷던 성실한 걸음. 그에게도 애타는 사랑의 시절이 있었던가. 바다가 포구를 초승달처럼 안고 있는 이곳에서 어린 제자뻘과 소꿉살림을 차렸다지. 매서운 바닷바람이 돌담을 쓰는 계절, 물어물어 찾아온 부인이 정성 들여 수놓은 누비이불과 솜옷을 말없이 내려놓자 밖으로 달려나가 벼랑 위에 걸린 달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을 그.
나 오늘 강정마을 투쟁길에 제주시 애월읍을 지나며 젊은 애인을 배에 실어 보내고 돌아오며 지었다는 그의 슬픈 「이별의 노래」를 속으로 불러본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바람이 써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 김성태 곡 「이별의 노래」 1~2절

 - 이시영,『호야네 말』(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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