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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 등불/오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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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1회 작성일 2025-04-06 20:41: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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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오봉옥

이렇게 환한 등불 본 적 있나요
개미 두어 마리가 죽은 나방을 움켜쥐고
영차 영차 손잔등만한 언덕을 기어오를 때
공놀이 하던 한 아이가 잠시 가던 길을 비켜줍니다
순간 개미의 앞길이 환해집니다

이렇게 빛나는 등불 본 적 있나요
일곱 살짜리 계집아이가 허리 꺾인 꽃을 보고는
냉큼 돌아서 집으로 달려가더니
밴드 하나를 치켜들고 와 허리를 감습니다
순간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

오늘 나는 두 아이에게서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걸

- 오봉옥, 『섯!』(천년의시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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