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배고픈 저녁/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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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저녁/이홍섭
1
어릴 때, 강 건너 산 위에 화장터가 있었다
이따금 연기가 피어오르면
지나가는 구름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곤 했다
구름이 다시 가던 길을 가면 배고픈 저녁이 왔다
2
어머니는 길 떠나는 외할머니 관 위에 손을 얹으시고는
깊은 산속 나뭇가지 끝에서 우는 새처럼
높고 긴 울음을 우셨다
그날 이후 새소리는 다 슬펐다
3
스님, 불 들어갑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무덤 하나가 불을 껴안고 타올랐다
밤새 홀로 묻고 홀로 답하느라 온통 붉어진 집 한 채
새벽이 되자 그마저 재가 되었다
4
구름이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저녁
새는 나뭇가지 끝에서 울고
서쪽 하늘은 불 먹은 듯 붉게 타오른다
배고픈 소년 하나가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이홍섭,『검은 돌을 삼키다』(달아실출판사, 2017)
1
어릴 때, 강 건너 산 위에 화장터가 있었다
이따금 연기가 피어오르면
지나가는 구름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곤 했다
구름이 다시 가던 길을 가면 배고픈 저녁이 왔다
2
어머니는 길 떠나는 외할머니 관 위에 손을 얹으시고는
깊은 산속 나뭇가지 끝에서 우는 새처럼
높고 긴 울음을 우셨다
그날 이후 새소리는 다 슬펐다
3
스님, 불 들어갑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무덤 하나가 불을 껴안고 타올랐다
밤새 홀로 묻고 홀로 답하느라 온통 붉어진 집 한 채
새벽이 되자 그마저 재가 되었다
4
구름이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저녁
새는 나뭇가지 끝에서 울고
서쪽 하늘은 불 먹은 듯 붉게 타오른다
배고픈 소년 하나가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이홍섭,『검은 돌을 삼키다』(달아실출판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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