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뒤란의 노래/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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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란의 노래/이상국
밥 잦을 때면 고추나 가지 찌는 냄새가 조상처럼 떠돌던 그곳 어딘가에 아버지는 나의 태(胎)를 묻었다
배고픈 짐승들이 덫에 핏자국을 남기고 겨울이 가면 울섶 아래 둥그렇고 둥그런 머위 피던 곳,
장독대 아래 수정(水晶)을 묻고 물을 주며 그걸 팔아 먼 데 기차를 타려 했으나 돌은 너무 더디게 자랐고
전쟁이 지나가자 누군가 인공(人共)과 아버지의 번쩍번쩍* 유물론을 놋그릇처럼 거두어가고 나는 수복(收復)의 땅에서 녹슨 탄피를 주워 공책을 샀다
나는 지금도 피난의 죽고 넘어지는 꿈을 꾼다 그리고 나의 시는 한번도 국경을 넘어보지 못했다
아직도 먼 데서 포성이 울고 어린 누이는 로스께를 피해 대숲에서 울고 있다
* 변증법적.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밥 잦을 때면 고추나 가지 찌는 냄새가 조상처럼 떠돌던 그곳 어딘가에 아버지는 나의 태(胎)를 묻었다
배고픈 짐승들이 덫에 핏자국을 남기고 겨울이 가면 울섶 아래 둥그렇고 둥그런 머위 피던 곳,
장독대 아래 수정(水晶)을 묻고 물을 주며 그걸 팔아 먼 데 기차를 타려 했으나 돌은 너무 더디게 자랐고
전쟁이 지나가자 누군가 인공(人共)과 아버지의 번쩍번쩍* 유물론을 놋그릇처럼 거두어가고 나는 수복(收復)의 땅에서 녹슨 탄피를 주워 공책을 샀다
나는 지금도 피난의 죽고 넘어지는 꿈을 꾼다 그리고 나의 시는 한번도 국경을 넘어보지 못했다
아직도 먼 데서 포성이 울고 어린 누이는 로스께를 피해 대숲에서 울고 있다
* 변증법적.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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