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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느티나무 아래서/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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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2회 작성일 2025-04-06 15:45: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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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아래서/이상국

여름이 되자 매미들이 머슴처럼 울었다
느티나무 그늘 속에서였다
내 딸아이는 어려서 그 밑에 쉬를 하고는 했다
그애도 커서 이제는 처녀가 되었지만
느티나무가 아니라면 예의바른 그애가
그런 실례를 할 리 없었을 것이다
느티나무를 두드리기 위하여 소나기는
후드득후드득 아프게 왔고
새들은 아침을 소란스럽게 했으며
가지에 몸을 다친 바람들은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울었다
가을에도 그랬다
멀리서 보면 동네가 근사해서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간다고
관리소 사람들이 이파리를 털거나
그의 몸을 잘라내기도 했다
최근에 사람들은 느티나무 때문에 벤치를 만들었으며
거기에 앉기 위하여 노인들은 나이를 먹었다

- 이상국,​『뿔을 적시며』(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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