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폭설/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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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상국
곡을 하다 배고프면 국수를 먹었다
처음에는 형님들과 엇갈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곡은 어우러졌다
밤이 깊어갈수록
살다 이렇게 가는 거라며
나는 속으로 알은체를 했다
꼬질대가 휘도록 눈은 퍼붓고
차일 밖에서 마른눈을 삼킨 개들이
컹컹 기침을 했다
문상객들은 눈을 털며 들어와
양초나 문종이로 부조를 하고는
피가 비치는 돼지고기에 독한 소주를 마시며
내년 농사 걱정을 했다
잠은 눈처럼 쏟아지고
영정 속의 어머이는
졸리면 형들에게 맡기고 들어가 자라고 했으나
나는 추우면 화롯불을 쬐다가
다시 곡을 했다
- 이상국,『뿔을 적시며』(창비, 2012)
곡을 하다 배고프면 국수를 먹었다
처음에는 형님들과 엇갈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곡은 어우러졌다
밤이 깊어갈수록
살다 이렇게 가는 거라며
나는 속으로 알은체를 했다
꼬질대가 휘도록 눈은 퍼붓고
차일 밖에서 마른눈을 삼킨 개들이
컹컹 기침을 했다
문상객들은 눈을 털며 들어와
양초나 문종이로 부조를 하고는
피가 비치는 돼지고기에 독한 소주를 마시며
내년 농사 걱정을 했다
잠은 눈처럼 쏟아지고
영정 속의 어머이는
졸리면 형들에게 맡기고 들어가 자라고 했으나
나는 추우면 화롯불을 쬐다가
다시 곡을 했다
- 이상국,『뿔을 적시며』(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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