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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나를 위한 변명/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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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회 작성일 2025-04-06 15:41: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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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변명/이상국

그가 오지 않는다.
때로 수돗가에 와 목을 축이고
어떻게 알았는지 고기 냄새가 나면
기척도 없이 문밖에 와 있기도 했다.
많이 아파 보였지만
그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구걸하지 않았다.
더러 먹을 걸 놓아줘도
내가 자리를 비키고 나서야 오랜 생각 끝에
먹이를 물고 사라졌다.
그는 주려도 개나 사람처럼
길들여지지 않았다.

버즘 먹은 길고양이,
그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동네 빈집이나 조용한 어느 곳에서
어느날 혼자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노력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도 알 것이다.

- 이상국,『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창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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