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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상강 무렵/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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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1회 작성일 2025-04-06 15:33: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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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무렵/이상국

누군가는 길어도 마흔 전에
생을 마감하는 게 좋을 것 같다*지만
나는 이미 거기를 지나온 지 오래

이웃집에 그늘이 든다 하여 기르던 오동(梧桐)을 베어내고
그 그늘에서 봉황을 기다리던 가을

살려고만 하면 누가 못 살겠는가
나는 나에게 좀더 다정할 수도 있었으나
기다리던 다정은 언제 오는가

가을 하나를 건네는 데도
나무 이파리들에겐 몇대(代)의 적공(積功)이 필요한데
제대하는 아들은 스물세살
부모님 계신 가산(家山)의 통갈은 장끼 눈처럼 붉다
그래도 생은 모른다
언젠가 한번 다녀가라는 여자도 있었고
깨알 같은 시로 세상을 걱정하며
그때야 무슨 말을 못했겠는가

깨끗하구나 처연(凄然)이여
맑은 날 하늘에 몸을 씻고
벌레들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바짓가랑이를 걷고 다시 푸른 저녁을 건넌다

 *요시다 켄꼬오 「도연초」에서.⠀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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