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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쫄딱/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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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회 작성일 2025-04-06 15:31: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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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딱/이상국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잠깐 사이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살쯤 돼 보이는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 하시냐니까

우리 아빠가 쫄딱 망해서 이사 왔단다

그러자 골목이 갑자기 환해지며
그 집이 무슨 친척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누군가 쫄딱 망한 게
이렇게 반갑고 당당할 줄이야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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