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쫄딱/이상국
페이지 정보
본문
쫄딱/이상국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잠깐 사이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살쯤 돼 보이는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 하시냐니까
우리 아빠가 쫄딱 망해서 이사 왔단다
그러자 골목이 갑자기 환해지며
그 집이 무슨 친척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누군가 쫄딱 망한 게
이렇게 반갑고 당당할 줄이야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잠깐 사이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살쯤 돼 보이는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 하시냐니까
우리 아빠가 쫄딱 망해서 이사 왔단다
그러자 골목이 갑자기 환해지며
그 집이 무슨 친척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누군가 쫄딱 망한 게
이렇게 반갑고 당당할 줄이야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