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정든 민박집에서/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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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민박집에서/이상국
감나무 이파리들이 등잔처럼 환하다
노는 날 미나리 이파리를 깔고 창호지를 새로 했다
주인여자는 직장에 나가고 아이들은 어리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보통 책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데
어떤 날은 주인여자가 술병을 치우고는 한다
민박을 든 지 오래되었다
대체로 달에 한번 비용을 내는데
그때마다 주인여자의 얼굴이 편치 않다
그러나 달리 갈 데도 마땅찮고
정든 민박집에서 다시 가을을 난다
- 이상국,『뿔을 적시며』(창비, 2012)
감나무 이파리들이 등잔처럼 환하다
노는 날 미나리 이파리를 깔고 창호지를 새로 했다
주인여자는 직장에 나가고 아이들은 어리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보통 책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데
어떤 날은 주인여자가 술병을 치우고는 한다
민박을 든 지 오래되었다
대체로 달에 한번 비용을 내는데
그때마다 주인여자의 얼굴이 편치 않다
그러나 달리 갈 데도 마땅찮고
정든 민박집에서 다시 가을을 난다
- 이상국,『뿔을 적시며』(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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