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탑/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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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상국
- 수타사터 논 속의 탑에게
한때는 절 받고
돈도 받았겠지
이름 있는 날이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아무개와 같이 살게 해달라고
숱한 사람들이 찾아와
원을 빌었겠지
절이 가난했던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너무 많았던지
어느날 부처는 산을 내려가고
탑이 혼자 그 책임을 다 졌는데
천년도 넘은 세월이 지나고
온몸을 거의 부수고 나서야 그는
겨우 논물에 비치는 제 몸속의 탑을
조용히 바라보는 거였다
- 이상국,『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 수타사터 논 속의 탑에게
한때는 절 받고
돈도 받았겠지
이름 있는 날이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아무개와 같이 살게 해달라고
숱한 사람들이 찾아와
원을 빌었겠지
절이 가난했던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너무 많았던지
어느날 부처는 산을 내려가고
탑이 혼자 그 책임을 다 졌는데
천년도 넘은 세월이 지나고
온몸을 거의 부수고 나서야 그는
겨우 논물에 비치는 제 몸속의 탑을
조용히 바라보는 거였다
- 이상국,『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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