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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배후/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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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계집아이네 집 편지통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던져놓고
멀리서 지켜보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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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드를 따라 그애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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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가 져도 그애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던 나는
언젠가 그애가 멀리 시집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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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은 그렇게 시집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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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고
또 나는 그애의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았지만
사철나무 울타리에 몸을 감추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한 소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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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국, 『뿔을 적시며』(창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