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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그렇게 소중했던가/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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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1회 작성일 2025-04-06 15:13: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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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중했던가/이성복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 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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