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는 소리/​유안진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395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142
  • H
  • HOME

 

[유안진] 비 가는 소리/​유안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5회 작성일 2025-04-04 11:36:46 댓글 0

본문

비 가는 소리/​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

- 유안진,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