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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아버지의 낡은 내복/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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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9회 작성일 2025-04-04 10:54: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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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낡은 내복/이승하

화장터 불길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

불태울 유품과 남길 유품을 고른다
사진첩을 태우고 돋보기는 간직한다
장롱 서랍을 여니 와락 덮치는 아버지 냄새

노인네 속옷을 누구에게 주나 다 태워버리자
걸인에게 줘도 안 입을 낡은 팬티와 낡은 러닝
아 이렇게 구멍이 날 때까지 입으셨구나

장롱 구석에 보자기로 싼 것은
낡디낡은 내복 한 벌
첫 월급으로 사드린 겨울 내복 한 벌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계셨다니
평생을 두고 내가 미워했던 아버지
이 내복 도대체 몇 날을 입으셨나

태울 수 없어 아버지를 부둥켜안는다

- 이승하, 『생애를 낭송하다』(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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