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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시인/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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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6회 작성일 2025-04-02 16:57: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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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기철

내 마음의 遷都는 끝났다
膏盲에 든 병 더욱 깊어가도
빛이 끌고 오는 아침은 즐거움의 찻숟갈을 찾게 한다
오래 걸어온 걸식의 마흔 살이
투덜대는 내 발의 욕망을 덮어주지는 못하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버리지 못한 시를 쓰는 삶이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떳떳하다

시인이라 불릴 때마다 아직 열여섯 소년처럼 낯붉히지만
내 마음의 천도는 끝났다
시가 영광인 시대가 아니라도
번쩍이는 金의 광휘가 시의 가난을 대신할 수 없다

어둠은 어두워질수록 제 살을 피워무는
불빛을 밝게 한다
생각하면 나는 너무 멀리 걸어왔구나
내 걸어온 길들이 모두 나를 떼밀고
내 바깥으로 사라졌구나
그러나 상추잎처럼 푸르던 날들과
葉綠을 물고 날아간 새들은 내 기억의 장롱 속에서 노래한다
마음의 어디에도 멱라가 있고
꿈의 어디에도 九江이 흐른다고
돌들도 시간 속에서 수정을 품는다고

오늘밤엔 저 들판의 풀잎들에
아직 아무도 불러보지 않은
아름다운 이름 하나 붙여주고 싶다

  - 이기철,『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민음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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