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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 즐거운 나의 집/이종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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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4회 작성일 2025-03-21 14:48: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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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이종섶

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집 한 채

쌀쌀한 새벽 추위에 옆으로 돌아누워 가랑이방 한 칸 만들어주면
체온으로 훈훈하게 데워진 허벅지 사이로 들어가 사이좋게 마주보고 잠드는 두 손
손이 잠들어야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잠든다

하는 일이 없어 아무에게도 내밀지 못했던
그 손을 마주잡고 온기를 나누는 것조차 과분한 호사라고 자책하는 마음을 위해서는
팔꿈치를 살짝 벌려 만드는 겨드랑이방이 있다

아내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본지 오래된 남편들이
집 나오기 전 어린 자식들을 쓰다듬어보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뼛속 깊은 외로움에 떠는 가장들이
가족들의 손을 지켜주지도 못했으면서
자기 손만 따뜻하게 녹이려는 그 알량한 자세가 너무 싫어
오른손 왼손 따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겨드랑이방 두 칸

대낮부터 깡소주 마시고 하늘 향해 삿대질 하다가
자기 몸에 있는 집조차 찾아가지 못해 큰 대자로 뻗어 허공 속에서 노숙하는 쓸쓸한 손도 있다
눈치 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집마저
막무가내로 외면해버린 손
무엇이 집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린 것일까

신이 사람의 몸에 들여 준 큰 방 한 칸 작은 방 두 칸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집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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