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 탁! 탁!/이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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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이설야
마을버스에서 내린
맹인 소녀의 지팡이가 허공을 찌르자
멀리, 섬에서 점자를 읽고 있던 소년의 눈이
갑자기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도다리가 잠든 횟집 앞
무거운 책가방을 든 소녀가 휘청거리며 지나간다
오른손에 움켜쥔 지팡이가 갈라진 보도블록을
탁! 탁! 칠 때마다 땅속 벌레들의 고막이 터진다
허공 어딘가 통점을 꾹. 꾹. 찌르며
헛발 딛는 소녀의 종아리가 되어
집을 찾아가는 지팡이
무수한 길들이
종아리 속에 뻗어 있다
-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창비. 2016
마을버스에서 내린
맹인 소녀의 지팡이가 허공을 찌르자
멀리, 섬에서 점자를 읽고 있던 소년의 눈이
갑자기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도다리가 잠든 횟집 앞
무거운 책가방을 든 소녀가 휘청거리며 지나간다
오른손에 움켜쥔 지팡이가 갈라진 보도블록을
탁! 탁! 칠 때마다 땅속 벌레들의 고막이 터진다
허공 어딘가 통점을 꾹. 꾹. 찌르며
헛발 딛는 소녀의 종아리가 되어
집을 찾아가는 지팡이
무수한 길들이
종아리 속에 뻗어 있다
-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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