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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물의 노래 1/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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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2회 작성일 2025-03-01 12:30: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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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노래 1/ 이동순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 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
예 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보리
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오늘도 물가에서 잠긴 언덕 바라보고
밤마다 꿈을 덮치는 물 꿈에 가위눌리니
세상사람 우릴 보고 수몰민이라 한다
옮겨간 낯선 곳에 눈물 뿌려 기심 매고
거친 땅에 솟은 자갈돌 먼 곳으로 던져가며
다시 살아보려 버둥거리는 깨진 무릎으로
구석에 서성이던 우리 노래도 물속에 묻혔으니
두 눈 부릅뜨고 소리쳐 불러 보아도
돌아오지 않는 그리움만 나루터에 쌓여갈 뿐
나는 수몰민 뿌리째 뽑혀 던져진 사람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제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 또한 한 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 길 흘러 흘러
돌아가 고향 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계간 《시선》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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