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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푸른 개/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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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5회 작성일 2025-02-25 08:18: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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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개/이재무

다 늦은 저녁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나를 실어다 줄 차 기다리고 있는데
행인들 붐비는 인도 소음과 매연 뚫고 오는
절뚝거리는 늙은 개 한 마리를 보았다
피해망상증으로 주위 두리번거리며
걷는 그의 눈빛과 측은하게 쳐다보는
나의 눈빛이 한 순간 허공에서 한 몸으로
얼크러져 점화되었다 등허리 가득 가시가
돋고 땀이 못처럼 솟아 올랐다
저 묵직한 상처는 대관절 어디에서
얻어 오는 것일까 그의 집은 또 어디여서
불구의 생활을 끌고 저토록 처절하게
기어가듯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일까
멀어져 가는 그에게서 눈길 떼지 못하고
나는 소년처럼 울먹거렸다
생의 본적과 주소 잃고 멀리 타관
인간의 마을에서 낯선 생
의무처럼 살다가는 그의 동족들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오체투지 아닌 삶이 어디 있으랴
어쩌면 나도 그처럼 이방의 나라에
강제 전입된 신민의 하나로 구인된 식민의 생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
늦은 저녁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아직 구원되지 못한 형제자매들 사이
비집고 걷는 늙은 개 한 마리의 푸른
눈빛 속에서 나는 노여운 슬픔을 읽고 있었다
나의 먼 먼 전생과 후생을 보고 있었다


-  그림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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