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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무중력 저울/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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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5회 작성일 2025-02-24 07:31: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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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저울/이재무

그는 달고 재는 일로 세상이치 궁구하던 자
꼼꼼하게 저를 다녀가는 세세한 차이들
눈금으로 읽어내 존재들 가치를 증명해 왔다
슬쩍 바람이 몸 얹기만 해도
파르르 진저리 치며 파동 보이던,
바늘 촉수를 누구라서 감히 눈속임할 수 있었겠는가
경중에 따라 위계 매겨온 냉혈한
무게들은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해 왔다
그렇게 평생 판단하고 재단하는 일로 살아온 그가
어느 날 문득 중심축 잃고 난 뒤
기관들 신경 줄 끊어지고 감각들은 몸을 빠져 나갔다
이후 그는 자신이 지금껏 애써 지켜온
추에 대한 절대적 확신을 스스로 부인하였다
생의 위반과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무게의 차이는 가치의 서열일 수 없으므로
기능 상실한 추를 떼어낼 것
세계 안에 편재하는 사물은 각자 저마다의 무게로
고유한 최대치의 절대성을 지녀 살아간다는 것
그러니 무게의 이력들을 더 이상 개관하지 말 것
그리하여 그렇게나 많이 주렁주렁 길고
무거운 전력 담은 벽보와 전단지 인생들이 발길
끊어지고 철저히 버려진 채 그른 고립무원의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하여, 추수
끝난 벌판의 검불처럼 속진의 셈본으로부터
벗어나 생애 처음으로 무려한 자유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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