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택] 안개/윤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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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윤성택
밤이 그치고 숲의 깊은 곳까지 서걱거리는 안개가 불빛을 들이마신다
구부정한 가로등이 알약 속으로 들어가
어둡고 투명한 병을 만나면
고통도 잠시 별이 될 수 있을까
아침은 불면(不眠) 밖이 만져져 까칠하다
메말라 갈수록 잎 하나에 더 집착하는 화분 앞에 섰을 때
모든 길은 내가 가보지 않은 날들에 가서 시든다
책장 안에서도 맨홀 안에서도
어느 바람 속에서도
이대로 끝나간다는 불안이 말라가는 동안
나에게만 전하기 위해
그때 그 잎이 창문을 떼어낸다
터널 같은 안개 속에서 무시로 미등이 다가와
충혈을 불리며 무게 없이 둥둥 떠다닐 때
죽은 우듬지 촉수에서 정전기가 이는 상상
잊혀진 폐가에서도 새벽엔 사람이 모인다
아직 사라지지 않는 안개에 묻혀 있는 낙엽들이
나무를 향해서 수액을 밀어 보냈을 뿐
그 살아 있는 순간을 위해 나는 아직 떠나지 못한다
알약 속에 켜져 있는 안개,
창틀에서 뻗어온 가장 시든 잎이 숨을 몰아쉰다
밤이 그치고 숲의 깊은 곳까지 서걱거리는 안개가 불빛을 들이마신다
구부정한 가로등이 알약 속으로 들어가
어둡고 투명한 병을 만나면
고통도 잠시 별이 될 수 있을까
아침은 불면(不眠) 밖이 만져져 까칠하다
메말라 갈수록 잎 하나에 더 집착하는 화분 앞에 섰을 때
모든 길은 내가 가보지 않은 날들에 가서 시든다
책장 안에서도 맨홀 안에서도
어느 바람 속에서도
이대로 끝나간다는 불안이 말라가는 동안
나에게만 전하기 위해
그때 그 잎이 창문을 떼어낸다
터널 같은 안개 속에서 무시로 미등이 다가와
충혈을 불리며 무게 없이 둥둥 떠다닐 때
죽은 우듬지 촉수에서 정전기가 이는 상상
잊혀진 폐가에서도 새벽엔 사람이 모인다
아직 사라지지 않는 안개에 묻혀 있는 낙엽들이
나무를 향해서 수액을 밀어 보냈을 뿐
그 살아 있는 순간을 위해 나는 아직 떠나지 못한다
알약 속에 켜져 있는 안개,
창틀에서 뻗어온 가장 시든 잎이 숨을 몰아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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