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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물꽃/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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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6회 작성일 2025-02-18 07:38: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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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꽃/이재무
 
 비 오는 날 호수에
 물꽃 핀다
 수직으로 빗방울은 떨어져
 수면에 동심원을 그린다
 수평으로 잔잔히 퍼지는 물무늬
 세모시처럼 가늘고 고운
 저 아름다운 적막의 동그라미 속,
 누대의 시간 흐른다
 소란과 수다에 지쳐
 두꺼워진 몸 가누고 싶다
 그리하면 한지처럼 얇아져
 녹아서 형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지은 죄가 많아
 선한 것이 눈에 불편한 사람
 물꽃은 뿌리 없으니
 고통도 없을 것이다
 졌다 피고 피었다 지는 경이
 순간의 삼매경,
 차마 어지러워서 땀에 전 작업복처럼
 무거운 내 오후의 생
 비틀거리며 흠뻑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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