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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열매를 꿈꾸는 새/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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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3회 작성일 2025-02-17 13:59: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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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꿈꾸는 새/이정록

외발로 서있는 두루미며 백로들은
끝내 나무가 되라는 유언을 들은 게 분명하다
날갯짓마다 나뭇가지 비비는 소리 서걱거린다

외발로 서 있는 그들의 몸통은
무슨 단 하나의 필사적인 열매 같다
아직은 솜털도 못 벗은 풋것이라고
꽃잎 같은 부리를 열어 피라미며 미꾸라지
닥치는 대로 집어넣는다
열매를 흉내내기 전에는 한 송이 꽃봉오리였다는 듯이
벌 나비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는 듯이

노을 받은 커다란 열매들은
제 꽃잎으로 강물을 찍어 올려 닦고 또 닦는다
겨드랑이에 꽃잎을 묻은 채, 강물에
가느다란 밑둥치와 실 뿌리를 담그고 있는 아름다운 열매들
간혹 꽃 이파리를 물 속에 집어넣어
뿌리근처에 붙여보기도 하는
저 횃불 같은 열매들

끝내 숲이 되리라
울음소리에서 장작 타는 냄새 피어오른다
강 안개 속에는, 후두둑 후두두둑
열매 떨어지는 소리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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