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다는 것/이정록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64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7,911
  • H
  • HOME

 

[이정록] 구부러진다는 것/이정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59회 작성일 2025-02-15 21:04:22 댓글 0

본문

구부러진다는 것/이정록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못 박힌 못처럼
 굽어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