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음악을 먹고 마시던 꽃들/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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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먹고 마시던 꽃들/이재무
화단에 핀 봄꽃들
햇살과 비와 바람이 피우기도 했지만요
갓 부임한 선생님 방과 후 교실에 남아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치는 피아노
소리가 피우기도 한다는 것을 아셨는지요
어둑한 복도를 걸어나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내밀어오는,
깨꽃 봉숭아 사루비아 칸나 등속의
얼굴 촉촉이 젖은 손으로
만지고 더듬고 두드리던 피아노 소나타
그렇게 한 식경쯤 낮고 높고 짧고
길게 선율의 물 뿌리고 나면
제 세상 만난 듯 생기발랄한 꽃들
깔깔깔 웃는 소리 하늘에 가 닿았지요
봄 소녀들 한 열흘 그렇게
음표 먹고 마시며 놀다
왔던 봄비 따라가고 나면 피아노 소나타
턱없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기 일쑤였지요
아이들은 왜 갑자기 숙제가 많아졌는지
그 까닭을 끝내 몰랐지요
—《문학사상》2011년 5월호
화단에 핀 봄꽃들
햇살과 비와 바람이 피우기도 했지만요
갓 부임한 선생님 방과 후 교실에 남아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치는 피아노
소리가 피우기도 한다는 것을 아셨는지요
어둑한 복도를 걸어나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내밀어오는,
깨꽃 봉숭아 사루비아 칸나 등속의
얼굴 촉촉이 젖은 손으로
만지고 더듬고 두드리던 피아노 소나타
그렇게 한 식경쯤 낮고 높고 짧고
길게 선율의 물 뿌리고 나면
제 세상 만난 듯 생기발랄한 꽃들
깔깔깔 웃는 소리 하늘에 가 닿았지요
봄 소녀들 한 열흘 그렇게
음표 먹고 마시며 놀다
왔던 봄비 따라가고 나면 피아노 소나타
턱없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기 일쑤였지요
아이들은 왜 갑자기 숙제가 많아졌는지
그 까닭을 끝내 몰랐지요
—《문학사상》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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