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여진/ 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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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양안다
비가 내리면 창문은 쉽게 울고 있다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복도를 지나는 동안 젖은 발자국이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방금 아이들이 사라진 것 같은 교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을 끄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불안은 혼자 느끼는 것이다 함께 느낀다면 그것은 징조였고 징조의 결과는 침묵이었다 너의 손목이 평소보다 더 야위어 보이는 어두운 교실
너는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난 그게 빗소리라고 말하며 창문을 가리켰다 창 위로 비가 쏟아지는데 저 입김은 누가 남기고 간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었던 걸까 항상 문제는 외부에서 스며들어 내부를 물들이고 흔들었는데
너의 손목 위에선 초침이 거꾸로 돌고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 꿈이거나 현재의 상황이었다 시계는 거꾸로 찬다고 거꾸로 돌지 않으니까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괜찮을 거라고, 빗소리에 목소리를 섞으며 말했다 너는 어깨를 살짝 떨고 있었다 나는 이미 세계가 사라진 것처럼 울고 싶었지만
너의 어깨를 잡자 너의 흔들림이 내 눈앞을 흔들었다 교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비의 꼬리를 따라 창문에 금이 가고 있었다
양안다,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 민음사, 2018, 56~57쪽
비가 내리면 창문은 쉽게 울고 있다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복도를 지나는 동안 젖은 발자국이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방금 아이들이 사라진 것 같은 교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을 끄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불안은 혼자 느끼는 것이다 함께 느낀다면 그것은 징조였고 징조의 결과는 침묵이었다 너의 손목이 평소보다 더 야위어 보이는 어두운 교실
너는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난 그게 빗소리라고 말하며 창문을 가리켰다 창 위로 비가 쏟아지는데 저 입김은 누가 남기고 간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었던 걸까 항상 문제는 외부에서 스며들어 내부를 물들이고 흔들었는데
너의 손목 위에선 초침이 거꾸로 돌고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 꿈이거나 현재의 상황이었다 시계는 거꾸로 찬다고 거꾸로 돌지 않으니까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괜찮을 거라고, 빗소리에 목소리를 섞으며 말했다 너는 어깨를 살짝 떨고 있었다 나는 이미 세계가 사라진 것처럼 울고 싶었지만
너의 어깨를 잡자 너의 흔들림이 내 눈앞을 흔들었다 교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비의 꼬리를 따라 창문에 금이 가고 있었다
양안다,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 민음사, 2018,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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