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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여진/ 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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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2회 작성일 2025-02-13 22:53: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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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양안다

 비가 내리면 창문은 쉽게 울고 있다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복도를 지나는 동안 젖은 발자국이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방금 아이들이 사라진 것 같은 교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을 끄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불안은 혼자 느끼는 것이다 함께 느낀다면 그것은 징조였고 징조의 결과는 침묵이었다 너의 손목이 평소보다 더 야위어 보이는 어두운 교실

 너는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난 그게 빗소리라고 말하며 창문을 가리켰다 창 위로 비가 쏟아지는데 저 입김은 누가 남기고 간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었던 걸까 항상 문제는 외부에서 스며들어 내부를 물들이고 흔들었는데

​ 너의 손목 위에선 초침이 거꾸로 돌고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 꿈이거나 현재의 상황이었다 시계는 거꾸로 찬다고 거꾸로 돌지 않으니까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괜찮을 거라고, 빗소리에 목소리를 섞으며 말했다 너는 어깨를 살짝 떨고 있었다 나는 이미 세계가 사라진 것처럼 울고 싶었지만

​ 너의 어깨를 잡자 너의 흔들림이 내 눈앞을 흔들었다 교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비의 꼬리를 따라 창문에 금이 가고 있었다


양안다,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 민음사, 2018,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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