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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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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0회 작성일 2025-02-09 19:31: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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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 시집{喪家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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