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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처절한 연못/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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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7회 작성일 2025-02-09 18:23: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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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연못/이윤학

내가 지금 끔찍한 것은
그에게 떠넘긴 상처 때문이다.
저 연못의 유릴한 표정은 연꽃이었다.
수면 위로 끊임없이 떠올라 터지던
작은 물방울들, 간 곳 없다.

이 연못을 걸어가면 포도농장이 나온다.
그리고 회관과 외딴 집들,
나는 회관까지 걸어간다.

저녁이 오고 있다.
거친 바람이 포플러 가지를 흔들고
마지막 햇빛이 포플러 가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려 앙상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파헤쳐진 연못이 보인다.
애를 긁어 낸 여자의 뱃속과도 같을
얼어붙은 연못의 처절한 바닥,
허연 얼음 위에
긁힌 살처럼 진흙 더미들이 올라와 있다.

손과 발에 마른 진흙을 붙힌 채
포크레인이 한 대,
수영 금지 푯말 위에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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