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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버려진 다리 위에/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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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5회 작성일 2025-02-09 18:04: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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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다리 위에/이윤학

버려진 다리 위에 쭈그리고 앉은 노파가
붉고 매운 고추를 헤쳐 말리고 있다.
한 부대즘 될까, 군데군데 허옇게 말라버린
고추도 있다. 다리는 축 늘어져 있다. 금방이라도
검은 물 위로, 무거운 어깨의 짐을 내려놓을 것처럼
잔뜩 휘어져 있다.

떨어져 나간 난간. 엿가락처럼 구부러진 철근들이
앙상한 뼈들이, 낡은 골조 속에서 터져나와
녹슬어 있다. 굳은살처럼 여기저기
구멍을 때운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튀어나온 돌들이 매끄럽게
닳아 있다. 바닥엔 아직도 구멍이
여럿 뚫려 있다.

아득한 구멍 속에서, 거품을 몰고
깊이도 없이,
강물이 흐르고 있다.

굽은 허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노파가
실눈을 뜨고 일어선다. 가을 해가
버려진 다리 위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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