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빈자리가 가렵다/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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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가 가렵다/이재무
새해 벽두 누군가가 전하는
한 선배 암선고 소식 앞에서 망연자실,
그의 굴곡 많은 이력을 안주로 술을 마시며
새삼스레 서로의 건강 챙기다 돌아왔지만
타인의 큰 슬픔이 내 사소한 슬픔 덮지 못하는
이기의 나날을 살다가 불쑥 휴대폰 액정화면
날아온 부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벌떡 일어나 창밖 하늘을 응시하는 것도 잠시
책상서랍의 묵은 수첩 꺼내 익숙하게
또 한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 빨간 줄을 긋겠지
죽음은 잠시 살아온 시간들을 복기하고
남아 있는 시간 혜량하게 할 것이지만
몸에 밴 버릇까지 바꾸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화제의 팔할을 건강에 걸고 사는 슬픈 나이,
내 축축한 삶을 건너간 마르고 창백한 얼굴들
자꾸만 눈에 밟힌다 십년을 앓아오느라
웃음 잃은 아내도 그러하지만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죽음을 사는 것인데
생의 종점에 다다를수록 바닥 더 깊어지는 욕망,
죽음도 이제 진부한 일상일 뿐이어서
상투적인 너무나 상투적인 표정을 짓고 우리
품앗이하듯 부의봉투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죽음의 세포가 맹렬히 증식하는 밤
빈자리가 가려워 전전반측 잠 못 이룬다
새해 벽두 누군가가 전하는
한 선배 암선고 소식 앞에서 망연자실,
그의 굴곡 많은 이력을 안주로 술을 마시며
새삼스레 서로의 건강 챙기다 돌아왔지만
타인의 큰 슬픔이 내 사소한 슬픔 덮지 못하는
이기의 나날을 살다가 불쑥 휴대폰 액정화면
날아온 부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벌떡 일어나 창밖 하늘을 응시하는 것도 잠시
책상서랍의 묵은 수첩 꺼내 익숙하게
또 한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 빨간 줄을 긋겠지
죽음은 잠시 살아온 시간들을 복기하고
남아 있는 시간 혜량하게 할 것이지만
몸에 밴 버릇까지 바꾸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화제의 팔할을 건강에 걸고 사는 슬픈 나이,
내 축축한 삶을 건너간 마르고 창백한 얼굴들
자꾸만 눈에 밟힌다 십년을 앓아오느라
웃음 잃은 아내도 그러하지만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죽음을 사는 것인데
생의 종점에 다다를수록 바닥 더 깊어지는 욕망,
죽음도 이제 진부한 일상일 뿐이어서
상투적인 너무나 상투적인 표정을 짓고 우리
품앗이하듯 부의봉투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죽음의 세포가 맹렬히 증식하는 밤
빈자리가 가려워 전전반측 잠 못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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