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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여름의 한낮/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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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9회 작성일 2025-02-09 17:47: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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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낮/이윤학
ㅡ 오동나무 아래

오동나무 밑에는 평상이 놓여 있다
평상 옆에는 지팡이가
여럿 기대져 있다, 노인들이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털 난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가고 있다

평상 위에는 부채가 놓여 있다
부채는 시들지 않는다, 쩍
갈라진 수박 반 쪼가리

저 수백 장의 오동나무 이파리
부채는 시들지 않는다
푸른 부채, 너무 큰 부채들 위에
꽃이 피어 있다

노인들, 가끔 입맛을 다신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겹쳐
지나간 것인가, 그리고
꽃이 시든다는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가

더 높은 곳으로
저 꽃들은 바쳐진다!

오오, 입을 다물어
씨를 만들어내는
지독한 순간들, 만난다

햇빛이 잠까 입 속을 스쳐간다
입 속의 금이 번쩍 빛난다, 저
평상 위의 그늘은 끝없이 물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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