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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유원지/이근화

발을 열심히 굴리는 연인들을 싣고
오리는 기우뚱거리며 교각 쪽으로 흐른다
오렌지색 방수복을 입은 사람들은 안전하고
오리는 한결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적을 알 수 는 비닐 연들이 꼬리를 매달고
늙은이와 아이들을 들어 올린다
스낵카에서 국수를 삶는 여자는
그 꼬리들과 눈을 잠깐 맞추었을

캔 맥주를 따고 오징어를 마저 뜯어 먹는 사람들
푹신한 잔디 위로 두 다리를 쭉 뻗는다
교각 쪽으로 흘러갔던 오리들이 되돌아오려면 멀었다
바람을 타고 오르는 연들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도 강물 속에도 부서진 계단은 있을 것이다
다시 저녁의 동그란 식탁으로 우우 몰려갈 사람들
오리들이 몰고 오는 어둠과 숭숭 솟아오르는 풀들
조금씩 가늘어지는 팔과 다리들

봄의 수염처럼 풀들의 먼 조상처럼
우리가 다른 오리들을 선택했더라도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르렀을까
플라스틱 오리들은 내내 한강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