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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봄을 달래다/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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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15회 작성일 2025-01-30 09:57: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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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달래다/이재무

환하고 눈부신 봄날
까닭없이 아픈 몸을 달래며
가까스로 잠이 드는데 난데없는 확성기 소리
어찌나 크게 짖어대는지
집요하게 달라붙는 잠의 검불 떼고 일어나
문밖으로 나선다 벚꽃 개나리 살구꽃
일열 종대 혹은 이열 종대로 서서
저마다 손나발 불며 주목해달라
꽃잎 한껏 부풀려 외치고 있다
아무렴, 지난겨울 추위는 참으로 혹독하였나니
살아남은 것들의 잔치 어찌 장하지 않으랴
그대들 꽃피운 언변은 귀에 달고 눈에 밝도록
화려하고 유려하구나
하지만 국수틀같이 지치지 않는 입술이여,
오는 봄 가는 봄을 다 헤아리지는 말아다오
화무십일홍이라 했느니라
부디 가지를 떠나는 날은, 새로이
열리는 한생을 다부지게 살아가거라
지난겨울은 참으로 혹독하였나니
나 또한 밤의 거리에서 성난 민심과 함께
자꾸 도지는 광기를 재워
마음의 불꽃 피우고 또 피웠나니

출처 : 시집 《저녁 6시》(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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