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도망가는 산/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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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산/이재무
사람들이 무서워 산은
마을 빠져나와 절뚝절뚝,
온갖 질병 앓는 몸으로 도망가네
담장이 무릎 아래 잔풀 품어 키우듯
으스러지게 마을 끌어안고
억척스럽게 온정 피워내더니
허리 깊숙이까지 파 들어오는
독 오른 삽날이 무서워
품속 가득 껴안은 것들,
나무와 새와 벌레와 독버섯과 쥐와
뱀과 바람과 어둠과 구름과 별과 달과 해
한때의 푸른 추억들 풀어
먼저 챙겨 보내고
그렁그렁, 눈에 밟히는 듯
거듭 되돌아보며
쩔뚝쩔뚝 먼 길 가네
사람들이 무서워 산은
마을 빠져나와 절뚝절뚝,
온갖 질병 앓는 몸으로 도망가네
담장이 무릎 아래 잔풀 품어 키우듯
으스러지게 마을 끌어안고
억척스럽게 온정 피워내더니
허리 깊숙이까지 파 들어오는
독 오른 삽날이 무서워
품속 가득 껴안은 것들,
나무와 새와 벌레와 독버섯과 쥐와
뱀과 바람과 어둠과 구름과 별과 달과 해
한때의 푸른 추억들 풀어
먼저 챙겨 보내고
그렁그렁, 눈에 밟히는 듯
거듭 되돌아보며
쩔뚝쩔뚝 먼 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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