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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옥상이 논다/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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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2회 작성일 2025-02-05 11:22: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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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이 논다/이정록

평상이 없다
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
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
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
쌍절봉이 없다 시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
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
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
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 소리가 없다
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
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
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던 작은 손이 없다
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소리가 없다
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런닝구 속 마른 가슴팍에 수박씨가 없다
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리 속에 처박혔나?
이마는 어느새 평상처럼 넓어졌나? 가슴 속
잡것들은 다시 옥상에 기어 올라가려고
울끈불끈, 내 런닝구는 누가 이리도 잡아당겼나?
어떤 싸가지가 수박씨 날리는 거야?
고개들어 텅 빈 옥상을 두리번두리번,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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