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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양철 지붕에 대하여/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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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95회 작성일 2025-02-01 13:49: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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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지붕에 대하여/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저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 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 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는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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