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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테니스 치는 여자/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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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2회 작성일 2025-01-30 12:01: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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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치는 여자/이재무

테니스 치는 여자는 물 속 유영하는 물고기 같다
그녀의 동작은 단순하지만 매우 율동적이다
물오른 그녀의 종아리는 자작나무의 허리처럼 매끄럽다
땀 밴 등허리에 낙지발처럼 와서 안기는 햇발
통통, 바람 많이 든 공처럼 그녀의 종아리가 튀어 오르면
수음하는 소년처럼 나는 숨이 가쁘다 두 팔에 힘을 주어
그녀가 라켓을 휘두를 때 깜짝깜짝 놀라며 파랗게 몸을 뒤집는
이파리들, 내 마음의 사기그릇들 반짝반짝 웃는다
네트를 넘어오는 발 빠른 공에 시선을 집중하는
그녀의 눈 속으로 오후의 낡고 오래된 시간들이 갑자기
생기를 띠고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날마다 오후 세 시 공원에 나와 하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테니스를 치는 여자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내 마음의 뜰에 그리움의 풀씨 내려와 싹을 틔운다
알맞게 달구어진 그녀의 팔뚝이 지나간 허공에
몰려드는 파란 공기 입자들 그녀가 테니스를 치는 동안
세상은 발칙한 소녀와 같이 건방지고 젊어진다 그녀가 간간이
터뜨리는 웃음으로 세상은 환하고 눈부신 꽃밭이 된다
테니스 치는 여자는 공중을 나는 새처럼 가볍다
저 가벼움이야말로 무거운 세상을 이기는 힘이 아닐까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풍경이 되어 풍경 속을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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