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이재무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805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552
  • H
  • HOME

 

[이재무] 개펄/이재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436회 작성일 2025-01-30 12:01:26 댓글 0

본문

개펄/이재무

사내는 거친 숨 토해 놓고 바자춤 올리고
헛기침 두어 번 뱉어 내놓고는 성큼,
큰 걸음으로 저녁을 빠져나간다
팥죽 같은 식은땀 쏟아 내고는 풀어진
치맛말기 걷어 올리며 까닭 없이
천지신령께 죄스러워서 울먹거리는,
불임의 여자. 퍼런 욕정의 사내는
이른 새벽 다시 그녀를 찾을 것이다
냉병과 관절염과 디스크와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자. 그을음 낀 그녀의 울음소리
이내가 되어 낮고 무겁게 마을을 덮는다
한때 그 누구보다 몸이 달고 뜨거웠던
우리들 모두의 여자였던 여자
생산으로 분주했던 물기 촉촉한 날들은
가고 메마른 몸속에 온갖 질병이나 키우며
서럽게 늙어가는, 폐경기 여자.
그녀는 이제 다 늦은 저녁이나 이른 새벽
지치지도 않고 찾아와 몸을 탐하는
사내가 노엽고 무서워진다
그 여자가 내민 밥상에서는 싱싱한
비린내 대신 석유내가 진동을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