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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설야/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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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89회 작성일 2025-01-30 11:54: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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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이재무

눈 내리는 겨울 밤

담배 한 대 피우고

동치미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까칠까칠한 얼굴 마른 손으로 거푸 쓸어내리고

창문 열었다 닫고

들숨 날숨 길게 마셨다 내뿜고

갱지 한 장 꺼내

생을 반죽했던 물컹물컹한 말들 써본다

 

봉해 놓은 묵은 서랍을 연다

몽당연필, 부러진 양초, 향나무 한 토막, 소인 찍힌 편지 봉투,

미완성 초고 시편, 쓰다만 연애편지, 고장 난 손목 시계, 촉 없는 만년필,

녹슨 못, 세금 고지서, 고인 된 선배와 함께 시골 간이역 배경 삼아 찍은 흑백 사진,

마른 꽃가루 등속

요술 상자인 양 어제가 불쑥불쑥 맨얼굴 내밀어 온다

 

험한 잠 자는지 아내의 잠꼬대 소리 요란하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 녀석

덮어 준 이불 걷어차며 잠이 달기만 한데

자정 너머의 시간 새하얗게 덮으며

분분분 눈은 내리고

내려서는 층층층 쌓이는데

마음의 국경지대 배회하며

오래 굶주린 적막이라는 짐승,

부욱북 광목 찢듯 하늘 찢는 울음소리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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