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온다/이재무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40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26
  • H
  • HOME

 

[이재무] 저녁이 온다/이재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418회 작성일 2025-01-30 11:31:50 댓글 0

본문

저녁이 온다/이재무

쿨럭쿨럭 각혈하듯
검붉은 저녁 절뚝거리고 온다
공원의 숲속 문득 적막해지고
저녁은 쿨럭쿨럭
한바탕 함박눈 쏟아놓을 듯
잔뜩 흐려 있다
이런 날은 어디 먼데서
수 년 소식 끊긴 인척
기우뚱, 열려있는 철대문 사이로
낮달처럼 창백한 얼굴 슬그머니 들이밀 것만 같다
쿨럭쿨럭 어제 보다 더 크게
접촉 불량의 형광등처럼 그렁그렁
앓는 소리로 저녁이 성큼,
내 속의 그늘로 들어서고 있다
 
이재무시집『저녁 6시』창비시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