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엄니/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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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이재무
마흔여덟 옭매듭을 끊어버리고
다 떨어진 짚신 끌며
첩첩산중 증각골을 떠나시는규
살아생전 친구 삼던 예수를 따라
돌아오리란 말 한 마디 없이
물 따라 바람 따라 떠나시는규 엄니
가기 전에 서운한 말
한 마디만 들려달라고 아부지는 피울음 쏟고
높은 성적 받아왔으니
보아달라고 철없는 막내는 몸부림치유
보시는규, 모두들 엄니에게 못 갚을 덕을
한꺼번에 풀고 있는
이웃들의 몸둘 바 모르는 몸짓들인데
친정집 빚 떼먹은 죄루다
이십 년 넘게 코빼기도 안 보이던
막내고모도 갚지 못한 가난
지 몸 물어뜯으며 저주하구유
시집오면서 청상과부 울케에게
피눈물로 맡겨놨다던 열 살짜리 막내삼촌도
어른 되어 돌아오셨슈
보시는규, 엄니만 일어나시면
사는 죄루다 못 만난 친척들의
그리움 꽃 활짝 필 흙빛 얼굴들을
보시구서도 내숭떠느라 안 일어나시는규
지축거리며 바람이 불고 캄캄한 진눈깨비 몰려와
마루를 꿍꿍 울리는 동지 초이틀
성성하던 엄니의 기침소리는
아직 살아 문풍지를 흔드는데
다섯 마지기 자갈논 가쟁이 모래밭 다 거둬들이던
그 뜨겁던 맨발 맨손 왜 자꾸 식어가는규
가뭄 탄 잡초 같은 엄니의 입술을 보며
크고 작은 동생들 올망졸망 함께 모여서
지청구 한마디가 듣고 싶은디
왜 시종 말이 없는규
궂은 날 지나 갠 날이 오면
아들 딸네 집 두루 돌아댕기며
손자손녀들 재롱 시중드는 게 소원이라시더니
그 갠날 지척에 놔두시고선
끝끝내 아까워 못 꺼내시던
한복 곱게 차려입고서
마흔여덟 옭매듭을 끊어버리고
다 떨어진 짚신 끌며
첩첩산중 증각골을 떠나시는규
살아생전 친구 삼던 예수를 따라
돌아오리란 말 한 마디 없이
물 따라 바람 따라 떠나시는규 엄니
가기 전에 서운한 말
한 마디만 들려달라고 아부지는 피울음 쏟고
높은 성적 받아왔으니
보아달라고 철없는 막내는 몸부림치유
보시는규, 모두들 엄니에게 못 갚을 덕을
한꺼번에 풀고 있는
이웃들의 몸둘 바 모르는 몸짓들인데
친정집 빚 떼먹은 죄루다
이십 년 넘게 코빼기도 안 보이던
막내고모도 갚지 못한 가난
지 몸 물어뜯으며 저주하구유
시집오면서 청상과부 울케에게
피눈물로 맡겨놨다던 열 살짜리 막내삼촌도
어른 되어 돌아오셨슈
보시는규, 엄니만 일어나시면
사는 죄루다 못 만난 친척들의
그리움 꽃 활짝 필 흙빛 얼굴들을
보시구서도 내숭떠느라 안 일어나시는규
지축거리며 바람이 불고 캄캄한 진눈깨비 몰려와
마루를 꿍꿍 울리는 동지 초이틀
성성하던 엄니의 기침소리는
아직 살아 문풍지를 흔드는데
다섯 마지기 자갈논 가쟁이 모래밭 다 거둬들이던
그 뜨겁던 맨발 맨손 왜 자꾸 식어가는규
가뭄 탄 잡초 같은 엄니의 입술을 보며
크고 작은 동생들 올망졸망 함께 모여서
지청구 한마디가 듣고 싶은디
왜 시종 말이 없는규
궂은 날 지나 갠 날이 오면
아들 딸네 집 두루 돌아댕기며
손자손녀들 재롱 시중드는 게 소원이라시더니
그 갠날 지척에 놔두시고선
끝끝내 아까워 못 꺼내시던
한복 곱게 차려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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