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다리를 위한 변명/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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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위한 변명/이상국
먼 길을 다니다보면 자동차의 발이 천형 같다
말은 안하지만 그들도 몸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쓰레기봉지를 찢고 나온 닭발이나
바지 밖에서 잠든 노숙자의 다리들
저 가느다란 것들에게 세상이 얹혀 다니다니
외다리 집게는 몸이 다리이고
시장 바닥을 배밀이 수레로 밀고가는 사람은 찬송가가 다리이다
한번도 집 밖에 나간 적이 없는데 몸통을 잃은 나무를 보거나
아프리카처럼 짐승들은 사납고 먹을 것도 별로 없는 곳에서
지뢰 때문에 다리가 날아가버린 우간다 아이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내 무릎 밑이 다 서늘해진다
모든 다리는 먹이를 위하여
종일 걷거나 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언젠가 바닷가 모래톱에서 물떼새 한마리가
외다리로 종종걸음 치는 걸
긴 해안선이 한사코 따라가주는 걸 보았다
마치 지구가 새 한마리를 업고 가는 것 같았다
- 『뿔을 적시며』(창비, 2012)
먼 길을 다니다보면 자동차의 발이 천형 같다
말은 안하지만 그들도 몸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쓰레기봉지를 찢고 나온 닭발이나
바지 밖에서 잠든 노숙자의 다리들
저 가느다란 것들에게 세상이 얹혀 다니다니
외다리 집게는 몸이 다리이고
시장 바닥을 배밀이 수레로 밀고가는 사람은 찬송가가 다리이다
한번도 집 밖에 나간 적이 없는데 몸통을 잃은 나무를 보거나
아프리카처럼 짐승들은 사납고 먹을 것도 별로 없는 곳에서
지뢰 때문에 다리가 날아가버린 우간다 아이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내 무릎 밑이 다 서늘해진다
모든 다리는 먹이를 위하여
종일 걷거나 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언젠가 바닷가 모래톱에서 물떼새 한마리가
외다리로 종종걸음 치는 걸
긴 해안선이 한사코 따라가주는 걸 보았다
마치 지구가 새 한마리를 업고 가는 것 같았다
- 『뿔을 적시며』(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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