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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작은 이름 하나라도/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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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회 작성일 2025-06-27 20:04: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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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름 하나라도/이기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 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 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 『가혹하게 그리운 이름』(좋은날,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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