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꽃/유안진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440
어제
1,043
최대
3,544
전체
349,155
  • H
  • HOME

 

[유안진] ​빨래꽃/유안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회 작성일 2025-06-16 08:10:17 댓글 0

본문

​빨래꽃/유안진

이 마을도 비었습니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도 호젓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분교를 지나도 빈 마을이 띄엄띄엄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빨래 널린 어느 집은 생가(生家)보다 반가웠습니다
빨랫줄에 줄 타던 옷가지들이 담 너머로 윙크했습니다
초겨울 다 저녁 때에도 초봄처럼 따뜻했습니다
꽃보다 꽃다운 빨래꽃이었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냄새가 풍겼습니다
어디선가 금방 개 짖는 소리도 들린 듯 했습니다
온 마을이 꽃밭이었습니다
골목길에 설핏 빨래 입은 사람들은 더욱 꽃이었습니다
사람보다 기막힌 꽃이 어디 또 있습니까
지나와놓고도 목고개는 자꾸만 뒤로 돌아갔습니다.

-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