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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소나기 내린다/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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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2회 작성일 2025-05-30 16:48: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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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내린다/이대흠

소나기 내린다 저 인사불성의 사내
비 내린다 법도 도덕도 없이 비는
흙의 가슴이며 허벅지며
푹푹 찔러댄다 천년의 여인 흙은
불쑥불쑥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음탕하게
한바탕 소나기 내린다 저 잡것들
후줄근한 땀방울 없이
눈에 보이는 데서 세상의 가장 은밀한 일을
치루어버린다 이윽고
비 그친 뒤 햇살 따스한 날
빠뿌쟁이* 푸른 머리 툭
튀어나온다 그 여인으로부터

*빠뿌쟁이: 질경이의 방언(옮기면서).

-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창작과비평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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