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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배부른 종달새처럼/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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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회 작성일 2025-05-30 08:55: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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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종달새처럼/이재무

밥풀처럼 끈적끈적한 밀어 서로의 귓속에
뜨겁게 퍼부어주는 그녀와의 통화는 달콤하고 짜릿하다
온종일 그는 그녀와 나눌 대화만을 떠올린다
사막의 시간 걸어온 그를
맹목의 열정이 불을 질러 달뜨게 만들고 있다
세계가 그를 중심으로 낯설게 다가오고 물러간다
관계에도 관대해져서 온갖 사람과 사물
마음의 손으로 일일이 잡아 흔들며 여유를 부리곤 한다
오늘 밤에도 통통 튀는 공처럼 둥근 웃음 경쾌하게 날릴 것이다
끼니 채운 종달새처럼 쉴 새 없이 재잘댈 것이다
핫팬츠 입은 꽃들 입천장 다 보이도록 깔깔대고
바지 입은 구름 휘파람 불며 한갓지게 발 놀리더라고
능선 걷는 달 루즈 칠한 입술 같아 몇 번이고 빨아주었노라고
가까운 미래 존재의 바닥 마구 뒤흔들,
거대한 폭풍 먹구름 앞세워 오는 줄도 모르고
겁도 없이 그는 영원처럼 위대한 소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도서출판 화남,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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