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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소가죽북/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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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5회 작성일 2025-02-05 11:20: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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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죽북/손택수

​소는 죽어서도 매를 맞는다
살아서 맞던 채찍 대신 북채를 맞는다
살가죽만 남아 북이 된 소의
울음소리, 맞으면 맞을수록 신명을 더한다​

노름꾼 아버지의 발길질 아래
피할 생각도 없이 주저앉아 울던
어머니가 그랬다
병든 사내를 버리지 못하고
버드나무처럼 쥐어뜯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흐느끼던 울음에도
저런 청승맞은 가락이 실려있었다​

채식주의자의 질기디질긴 습성대로
죽어서도 여물여물
살가죽에 와닿는 아픔을 되새기며
둥 둥 둥 둥 지친 북채를 끌어당긴다
끌어당겨 연신 제 몸을 친다
​​
​시집 <호랑이 발자국> 창지.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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